수도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민경은 <사야도와 나>(2019, 영상)에서 수도자의 일상과 깨달음의 경험을 포개고 선문답과 구전동화를 중첩시킨다. <사야도와 나>는 버마의 남자 스님을 일컫는 사야도를 중심인물로 그의 일상을 그리며 수도의 세계에서 말하는 깨달음의 은유적 표현인 ‘깨어남’에 대해서 잠에서 깨어날 때의 신체감각 및 의식에서 일어나는 비/일상적인 경험과 연결하여 접근한 작업이다. <사야도 이야기>의 글과 삽화는 영상을 보조하는 평형선상의 작업이다.
In Sayadaw and I (2019; video), Min Kyoung Lee, drawing from her experience, depicts the daily life and insight of a meditator, overlapping a Zen riddle and old fable. Sayadaw is the title used for Buddhist monks in Burma. This work draws the ordinary part of Sayadaw’s life, while exploring the ‘awakening’ - the expression used in spiritual practice for enlightenment - with un/ordinary waking experiences in physical sensation and consciousness. The Sayadaw Story, Folklore version is a complementing work to the video. (Updated on 1st Feb. 2020)
The Sayadaw Story - Folklore version
사야도 이야기 - 구전동화편
Min Kyoung Lee 이민경
KR/EN
우리가 사야도를 만난 것은 오래전 일이다. 그를 보지 못한지 역시 오래되었다. 사귄 시간은 짧았지만 사야도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는 여전히 우리의 이야기 속에 회자되고 있다.
사야도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아침 잠에서 깨었다고 한다. 어느 날 문득 사야도에게는 한번 깨면 더 이상 안 깨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질문이 생겼다. 그는 여행을 떠났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넜다.
그는 어느 마을에 도착하였다. 잠을 자지 않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었다. 처음 본 노년의 남자가 물었다.
“당신은 여기 왜 왔소?”
“더 이상 잠에서 깨지 않아도 되는 법을 배우려 왔습니다.”
“왜, 깨는 게 싫은가?”
“꼭 그런 건 아닙니다. 하지만 한번 깨고, 더 이상 반복해서 깨지 않아도 되면 좋겠습니다. 한평생 내내 안 깨어본 날이 없으니까요.”
“깨지 않게 되려면 자지도 않아야 되는 데 괜찮겠는가?”
그건 사야도가 생각해본 적이 없는 질문이었다. 잠시 생각한 후 사야도는 이렇게 물었다.
“자지 않으면 어떻게 됩니까?”
“일단 마을로 들어와보게나.”
노인은 이렇게 말하고 앞서 길을 걸었다. 사야도는 그 뒤를 따랐다. 어느 바위 틈에 동굴 입구가 나왔고 노인과 사야도는 그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깜깜했으나 곧 익숙해지고 사야도는 동굴 속에서 원을 그리고 앉아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자신들이 어떻게 자지도 깨지도 않게 되었는지의 경위를 한 사람씩 이야기해주었다.
깊은 눈매의 한 중년의 여자가 먼저 말을 꺼냈다.
“깨기를 멈추려면 먼저 잠에 잘 들어야 합니다. 잠에 잘못 들면 깰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제대로 된 잠에 들려면 깬 채로 잠에 들어야 합니다.”
젊은 남자 하나가 말을 덧붙였다.
“이미 깨어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또 깰 일이 없는 것이죠. 또한, 잠에도 이미 들었기 때문에 다시 잠들 일도 없습니다. 그래서 자지도 깨지도 않게 된다는 것이죠.”
동굴 속에 모여있는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일화를 각각 사야도에게 들려주었다. 모든 사람의 이야기가 끝난 후 처음에 만났던 노인을 따라 사야도는 다시 동굴 밖으로 나왔다. 사야도를 마을 입구까지 데려다 주고는 노인은 인사를 했다.
“조심히 돌아가구려. 당신도 언제 깨지 않게 될지 누가 알겠소.”
물은 건너고 산을 넘어 사야도는 고향으로 돌아왔다.
평소처럼 자고 깨기를 반복하던 중, 어느 새벽 사야도는 이상한 경험을 하였다. 잠에서 깨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의식이 어딘가 낯선 곳으로 쑥 들어가버린 것이다. 깨어있으나 일체의 생각과 감정이 일지 않는 멈춤의 상태, 움직임이라고는 전혀 없는 정지의 상태. 깊고 깊은 잠, 우주에 있는 것과도 같았다. 일상의 의식으로 돌아온 것은 얼마나 지난 후였는지 그는 정확히 말할 수 없었다. 일상적 의식으로 돌아온 후에야 사야도는 반추를 통해 의식이 깬 채로 멈추었다는 것을 인식하였다. 자지도 깨지도 않는 사람들이 들려준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그는 이 낯선 세계에 대한 이정표와 지도가 필요했다.
사야도는 그 자지도 깨지도 않는다는 사람들의 마을로 돌아갔고, 그 날 이후로 우리는 사야도를 보지 못했다. 그저 그에게 온 편지로 이야기를 전해들었을 뿐이다.
다음은 사야도가 깨지 않는 자들의 마을에서 보내온 편지의 내용이다:
자네는 내 말을 믿지 않을 지도 모르네, 안 믿고도 남지!
하지만 믿어주게나, 이것이야말로 정말로 내 눈과 귀로 똑똑히 보고 들은 사실들이라네. 내가 쫒아다녀 보았다네. 수년간, 한밤중이건 한낮이건 느닷없이 들이닥쳐도 이 사람들이 잠을 자는 것은 정말로 본 적이 없어. 이 사람들이 자지도 깨지도 않는 사람들이라는 것만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라네.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이 사람들이 마을 회의에서 간증을 한다네. 깨기를 멈출 때에야 잠도 끝나고 잠이 끝나면 죽음도 끝난다는 거야. 믿을 수가 없지? 나도 믿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네. 그래도 나는 열심히 시도를 해보았네. 오랫동안 그들처럼 깨지 않는 자가 될 수 없었다네. 매일 밤 나는 잠에 들고 매일 아침 여전히 잠에서 깨었다네. 어느 날 밤, 나는 날이 새면 짐을 싸고 그 마을을 떠나기로 작정했다네. 시도하던 모든 걸 다 포기하고 매일 자고 매일 깨는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한 거지, 세상 모든 사람들과 같이. 그날 밤, 나는 내 생애 마지막으로 낯선 잠에 들었고 다음날 새벽 낯설게 깨었다네. 그 이후로는 다시 깨어본 적이 없네.
2020년, 이민경 전함
It has been a long time since we first met Sayadaw. And it is also a long time since we have not seen him. The time we’ve known him was brief, while the story we heard from Sayadaw is still circulating among us.
It is said that Sayadaw woke up from sleep each morning every single day. One day, Sayadaw suddenly had the question if there would be a way to wake up once and never again. He left to travel. He crossed mountains and waters.
He arrived at a village. It was a village where people didn’t sleep. An unknown man in his old age asked him.
“What brought you here?”
“I came to learn how to stop waking up from sleep.”
“Why, you don’t like waking up?”
“Not necessarily. But I’d prefer to wake up once and not over and over repeatedly. There wasn’t a single day where I have not woken up in my life.”
“To stop waking up, you also have to stop sleeping. Would you like that too?”
That question never occurred to Sayadaw. After a moment of thought, Sayadaw asked.
“What happens when you don’t sleep?”
“Why don’t you first come inside the village?”
The old man walked ahead of him. Sayadow followed. There appeared an entrance to a cave between rocks, the old man and Sayadaw went inside the cave. It was dark at first but soon Sayadaw got acquainted and could see a circle of people sitting in the cave. They spoke one by one the account of how they had become to neither sleep nor wake up.
A middle-aged woman with deep eyes started speaking.
“If you want to stop waking up, you have to get into the sleep well. Because if you don’t get into sleep properly, you are bound to wake up. In order to get into the right sleep, you have to fall asleep while awake.”
A young man added.
“It is because you are already awake, you won’t wake up again. Also because you are already asleep, you won’t fall asleep again. Therefore neither sleeping nor waking up.”
The other people inside the cave told Sayadaw each of their own stories. When everyone had finished sharing, Sayadaw came out of the cave following the old man. After walking Sayadaw to the entry of the village, the old man bid the farewell.
“Safe journey home! You never know when you too might stop waking up!”
After crossing waters and mountains, Sayadaw returned home.
Repeating the usual cycle of sleeping and waking, one early morning Sayadaw had a strange experience. Upon waking his mind suddenly entered an unusual place: a standstill of any thoughts or feelings, a state of suspension with absolutely no movement. As if in a deep sleep, or in the outer space. He couldn’t say exactly how long he stayed in that state before returning to the normal state of consciousness. Only after he had come back, Sayadaw realised that his mind had been motionless while conscious. He remembered what the neigher sleeping nor waking people had told him. He needed signposts and maps to this unknown world.
Sayadaw went back to the village of neither sleeping nor waking people, and we did not see him since. We only heard him through his letters.
The following is from the letter that Sayadaw sent from the village of not waking people:
You may not believe me. Indeed, it is quite unbelievable!
But please believe me, they are the facts that I have truly witnessed with my own eyes and ears.
I’ve followed them. For several years, whether in the middle of the night or in the middle of the day, I could not catch them sleeping. That these people do not sleep nor wake up is a doubtless fact. And they speak about how they became like that in their village council. They say when you stop waking up, you stop sleeping and when you stop sleeping, the death stops too. Isn’t this unbelievable? I, too, thought it was unbelievable. Yet I practiced hard. For a long time, I could not not waking, like them. Every night I fell asleep and every morning I woke up, as before. One night, I decided to pack my bag and take off from the village the next morning. To give up everything that I was trying and to return to the ordinary life of going to sleep every night and waking up every morning, just like everybody else in the world. That night, I went to a strange sleep for the last time in my life and strangely woke up the next morning. And that was the last time I woke up.
told by Min Kyoung Lee, 2019
* drawing by the artist
Artist
이민경은 동양철학과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뉴질랜드와 유럽, 한국에서 무용과 퍼포먼스 작업을 해왔다. 이념이 동반하는 심리적이자 신체적 상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작업해왔으며, 실시간 실험을 극 속으로 편입시키거나 관객이 실질적 공연의 주체가 되는 퍼포먼스 게임 등의 고안을 통해 극장이라는 장치와 재연을 넘어선 공연 형식의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시도한다. 2014년 이후 한국에서 ‘봄의 제전 (2013)’ (Joao Martins 공동, 국립현대무용단, 2014/2016), ‘평화 가라오케’ (2015, 페스티벌 봄), ‘피리부는 사람들’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 2019) 등의 공연을 창작하며 활동 중이다.
Min Kyoung Lee majored in Chinese Philosophy and Contemporary Dance and worked as choreographer and performance maker in New Zealand, Europe and Korea. Min has been particularly interested in the psychological and physical states of conviction associated with ideologies. She explores the apparatus of theatre and experiments with alternative performance formats, including real-time experiments inside fiction or performance-games where the audience members become the actual performers. Since 2014, Min presented in Korea, The Rite of Spring (2013) (in collaboration with Joao Martins, Korea National Contemporary Dance Company), Peace Karaoke (2015, Festival Bom), Pied Piers (MMCA Residency Changdong, 2019) and is currently based in Seoul.
Credit
Sayadaw and I, 2019
Concept/Direction: Min Kyoung Lee
Actors: Woo Jin Lee, Daeheung Kim
Produced by greenroom (Junghyun Kim)
Support/Funded by MMCA Residency Changdong,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 Updated on 1st Feb. 2020